명지외고 국제반 학생들이 리더십 배양을 위한 청소년 리더십프로그램(HOBY)에 참석해 강의를 듣고 있다. ＜명지외고 제공＞

올해 초 첫 졸업생을 배출한 명지외국어고등학교가 외국 주요 명문대에 23명을 합격시켜 주목을 끌고 있다. 외국 대학을 노리는 우수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아시아 지역 쿼터(할당)는 정해져 있어 입학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격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명지외고 국제반은 9명 전원이 합격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중 3명은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대)에서 합격증을 받았다. 진학률 33%.

전성은 명지외고 교무부장은 "부시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 최고 명문고 필립스 아카데미도 아이비리그 진학률이 34% 안팎에 불과하다"며 "이를 감안하면 국제반을 포함한 1회 졸업생이 외국 대학에 진학한 실적은 상당히 두드러진 셈"이라고 말했다.

비결은 뭘까. 비결은 기숙사 학교의 강점과 소수정예 선택과 집중의 결합이다.

명지외고 국제반은 20명 이내 인재만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상위권 특목고 유학반(국제반) 인원이 많게는 60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소수정예인 셈이다. 1회 졸업생 국제반은 9명, 현재 고3 국제반도 15명에 불과하다.

강우신 국제반 담당교사는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해 방과후에도 모여 내부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며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내신성적부터 SAT 점수까지 세심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집중적인 훈련은 반복적인 연습이 필수인 SAT 점수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전성은 부장은 "국제반 구성 후 평균 SAT 점수가 400여 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점차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학교 전체 진학 실적이 향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지도 교사들과 1대1 상담도 매주 어김없이 진행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평소 파악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강점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브라운대에 진학한 임준서 씨는 "높은 SAT 점수 등 계량적인 항목 외에 독창적인 에세이로 입학 사정관 눈길을 끄는 것이 합격의 핵심"이라며 "이런 점에서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된 포인트를 적절하게 설명했던 게 합격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제반에 대한 학교측 배려도 진학 실적을 높이고 있다. 컬럼비아대학 출신 원어민 강사를 전담으로 배치해 에세이 등 한국 지원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원서류를 꼼꼼히 챙겨주고 있다. 또 코넬 미시간 등 외국 명문대 출신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도 외국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명지외고는 학교 밖에서 써온 추천서나 에세이 등을 지원서류에 포함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명지외고는 올해 국제반 15명 중 40% 이상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잡았다. 1회 졸업생을 통한 노하우가 쌓인 데다 현 국제반 학생들도 성적은 물론 열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명지외고가 명문대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 장래성과 장래목표를 지원대학 결정시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

강우신 국제반 담당교사는 "올해 미국 엠브리 리들 항공대에 진학한 학생은 여러 명문 주립대에서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결국 조종사 꿈을 살려 항공대에 진학했다"며 "학생 개개인 특성과 희망을 최대한 살려 지원전략을 짰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