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박하식표 신화’

경기외국어 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꾼 구 명지외고의 올해 행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경기외고는 지난해 교육법인 대교가 학교를 인수한 뒤 외대부속외고의 박하식 교감을 교장으로 영입했다. 최근 바뀐 학교 이름으로  비전 선포식’을 갖고 새로운 출발에 대한 의지를 표방하면서 명문외고로 도약을 향한 새 출발을 시작했다.

박하식 교장은 민족사관고와 외대부속외고를 거치며 국제반 시스템을 도입, 성공적인 해외유명대학 진학실적을 기록하면서 학교 수준을 끌어올려왔다. 민사고에서 처음으로 외국 유학의 길을 텄고 특히 지난해 외대부속외고의 첫해 졸업 땐 국제반 94명 전원을 해외유명대학에 진학시킴으로써 탁월한 노하우를 인정받은 바 있다. 때문에 경기 외고는 탄탄한 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학교의 인프라를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것은 물론, 박교장을 중심으로 한 국제반의 강화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외국어 고등학교로서의 앞날을 기대해 봄직하다.

대교가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목표아래 학교법인 봉암재단( 구명지 교육학원)에 대규모 자금을 출연함으로써 학교는 그동안 시달려 왔던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났다.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40억원 정도가 학교에 지원된 상태고 , 건물 증축 등을 위해  백억대의 추가 지원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선고식에서는 현재 8개 학급인 학교 규모를 10개학급으로 늘리고 교사들의 수도 늘려 교사 1인당 학생 15명선으로 맞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각종 멀티미디어 장비와 현재 4~8인 1실로 되어 있는 기숙사를 비롯한 학교 환경들의 개선이 기대된다.

국제반 지도 부문의 실력자인 박하식 교장 체제가 제 2의 도약을 위해 내놓은 대표적인 계획은 커리어 플래닝 프로그램(Career Planning Program)과 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디플로마 과정 도입이다.

경기외고가 주력 아이템으로 내놓은 커리어 플래닝 프로그램은 학생이 자신의 생애를 설계해가는 프로그램이다. 입학 전에 자신의 진로적성검사 결과를 가지고 담당 컨설턴트와 미래를 설계한 후 심리검사를 통해 학생의 장래희망이 적성과 흥미에 매칭되는지 점검한다. 해당 직업 종사자와의 멘토시스템도 도입한다. 입학 후에는 Triple Coaching System이 발동된다. 내신 코칭, 방과후 코칭, 특별활동 코칭이다. 전문가가 학생에게 해당직업인이 되기 위해 밟아야 할 가장 적합한 로드맵을 설정해주고 코칭하는 것이다. 박 교장은“가야 할 대학,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과정 등을 세 분야에서 점검함으로써 최적화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낼 수 있게 할 계획”이라며“국내대입에서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는 만큼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B 디플로마 과정은 전세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주는 표준화된 국제학위 과정으로, 이 과정을 도입한 학교에서 일정한 학점과 시험을 치르면 미국 명문대학이나 유럽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중등 교육과정이다. 스위스의 국제학교협회와 유네스코가 함께 설립한 IBO 가 주관하는 이 코스는 전세계 124개국 1922개 학교에서 50만명의 학생이 참가하고 있다. 토론 위주의 창의적인 수업과 주관식 논술형 졸업시험을 치르게 되면 전세계 대학에서 인정받는 디플로마를 받게 된다. 박교장은 2010년부터 국제반 2개반에 이 코스를 도입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이고있다. 현재 서울외국인학교가 이 코스를 도입하고 있다. 박교장이 이 과정을 한국법인학교 최초로 도입하려는 것은 현재 방과후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행 외고들의 유학반 운영실태에 비추어 실질적이고 우수한 유학준비과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는“유학을 준비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수능준비등 국내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에 할애하고 방과후에 별도 공부를 강도 높게 하고 있다”면서“B 디플로마는 전세계 1100여 개 학교가 도입한 교육프로그램으로 대학 학문 수행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IB 디플로마는 유학을 희망하는 국내 학생들의 짐을 덜어줄 교육과정”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과정을 정규 교육과정에 도입하려면 학교가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먼저 얻어야 한다. 또 완전한 영어 몰입 교육을 위해서 적합한 교사를 채용할 수 있는 교사 선발 자율권도 얻어야 한다. 수업료 규제도 풀어야 한다. 학비는 1년에 1500만원이 넘는다. 비용이 부담스러운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단지 외국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제대로 준비된 유학생들을 배출하겠다”%는 의지가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는 주목할 만하다.

법인이 사교육업체이다 보니 혹시 있을 수 있는 입시과정 부정 가능성에 대한 의혹의 시선에 대해 박 교장은 “절대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한다. 그는“경기외고로 학교 이름을 바꾸고 학교 상징물 제작을 위한 공개 입찰을 했다. 대교에도 SI를 제작하는 회사가 있지만 재단에서 해당 회사를 배제시켰다. 페르마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대교는 경기외고의 인사권도 없다. 보통 학교장이 제청권을 갖고 법인이 임명권을 갖지만, 우리학교는 법인이 학교장에게 임명권까지 위임한 상태다. 대교가 학교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구조다. 본교를 운영하는 법인은 아마 가장 학교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학교 법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 드러날 경기외고의 모습을 통해 이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봉암학원 이사진은 송자 전 연세대총장, 문용린 서울대 교수, 한준상 연세대 교수 등으로 채워졌다.

경기외고는 2004년에 개교한 신생외고지만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07년에 아이비리그 3명을 포함해 외국 주요 명문대에 23명을 합격시켰다. 한학년 학급수가 8개로 작은 규모의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민사고(83명), 대원외고(74명), 한영외고(30명)에 이어 전국 4위, 경기권 1위였다. 국내대학엔 서울대 8명, 연세대 45명, 고려대 48명으로SKY만 해도 총 101명이 진학했다(1기 졸업생 321명). 2기 졸업생을 배출한 2008년에도 해외대학 27명, 국내대학 중 SKY만 해도 103명(서울대 9명, 연세대 52명, 고려대 42명)을 진학시키는 등 높은 진학률을 유지했다. 경기외고가 학교운영 초반부터 순항의 돛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수도권 최초의 전원기숙사체제에 맞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기외고는 전원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사교육을 대체할 만한 막강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90분짜리 수준별 보충학습과 100분짜리 수준별 선택특강의 강좌를 개설했다. 학생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수업을 신청해 들을 수 있는 학원식 시스템이다 올해 수강신청기간에는 40여 개 이상의 강좌를 개설한 덕에 학생들은 자신이 수강할 수업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전성은 교무부장은“&학생과 교사가 함께 생활하다 보니 내신과SAT 관리는 물론 진로에 참고할 학생의 개성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대학 진학을 위한 수준별 논술강좌와 해외대학 진학을 위한 토플 SATⅠSATⅡ AP 강좌 등도 눈에 띈다. 소수정예로 운영하는 국제반은 막강한 교사진을 자랑한다. 국제반을 지도하는 6명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개별 성적과 스케줄 관리, 에세이 지도가 가능한 아이비리그 출신들이다.

경기외고에 입학한 학생은 전공언어에 상관 없이 2학년을 마치기 전에 토플 토익 텝스 성적을 제출해야 한다. 이밖에도 외국어, 봉사, 컴퓨터, 마라톤 등 각 분야에 인증제를 도입했다. 기숙사 학교답게 자기주도학습 인프라도 24시간 돌아간다. 학생 모두 교실, 도서관, 기숙사에 책상을 하나씩 두 1인 3책상체제가 대표적이다. 학교에서는“&세개의 책상을 오가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며 학생들의 공부를 최우선으로 한 환경을 자랑한다. 학생들이 아직 어리다는 것을 감안해 29명의 별도 관리교사 가 기숙사와 도서관에서 학생들의 생활과 학습을 24시간 책임진다. 기숙사를 중심으로한 샐틈 없는 공부시간을 학생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외부 강사를 불러 스터디 플랜 세우는 것을 강의하기도 한다. 학생들끼리 소 그룹을 만들어부족한 공부를 서로 도와주는 MJPT(Myungji Peer Teaching)제도도 있다.

교실마다 천장형 냉난방시설과 스크린을, 학교 전체에 무선랜을 설치하는 등 최첨단 시설을 구비하고 서점 문구점 헬스센터에 편의점까지 갖춰 학교 안에서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발을 닦아 주는 세족식을 자랑스러운 학교 행사로 소개할 정도로 경기외고는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가 여느 학교와는 다른 수평적 관계임을 느낄 수 있다. 또 상담실인 교목실과 그린코너 등의 운영 등 으로 학교가 학생을 신뢰하고 학생이 학교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을 위해 주말을 이용한 각종 단기강좌가 개설돼 있고 스쿨 오케스트라 영자신문, UN 모의 영어 토론, 오케스트라, 봉사동아리를 비롯 45개의 동아리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경기외고의 1차 목표는 2012년까지 ‘세계 7위권 이내의 명문 고교’의 반열에 경기외고를 올려 놓는 것이다. 사교육기업의 공교육 흡수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성공적인 공교육모델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경숙 기자 blog.veritas-a.com/in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