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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외고의 전성은 교감과 학생들이 신문을 보며 기사 내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중 기자＞

"글쓰기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 말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신문일기는 좋은 창과 방패를 가지고 전장에 나서는 것과 같아요."(배성민 군ㆍ1학년)

경기도 의왕시 경기외고(옛 명지외고ㆍ박하식 교장)는 전교생이 신문일기를 쓴다.

일주일에 한 건씩 신문기사를 스크랩한 후 해당 노트에 기사에 대한 의견과 비판의 글을 쓰는 식이다. 4명이 한 조로 된 학생들은 각자 쓴 일기장을 돌려보며 상대 글에 대한 평가를 덧붙인다. 의견이 팽팽할 때는 일기장에 지상 논쟁이 붙기도 한다.

언뜻 보기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신문일기 효과는 대단하다.

학생들은 별다른 학원 교육 없이도 글쓰기와 말하기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오다영 양(2학년)은 "기사에 대해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글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는 논리 비약이 심하다고 비판했다. 내가 다시 반박을 하면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민수 양(3학년)은 "논조가 다른 사설을 비교하면서 찬반이 엇갈려 논쟁을 하기도 했다"며 "3년 동안 신문일기를 쓰면서 별도로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문일기는 단순히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을 키워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기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신문에 익숙해지고, 관심 있는 기사를 꼼꼼히 읽으면서 진로와 미래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연구원이 되고 싶다는 배현주 양도 진로를 결정하는 데 신문이 좋은 멘토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신문일기는 전성은 교감이 2005년 도입했다. 아침이면 각 교실에 논조가 다른 여러 일간지와 매일경제, 영자지가 배달된다. 학생들은 30분 정도 신문을 훑어보며 스크랩할 기사를 찾는다. 일주일에 하나씩 한 학년동안 쓰면 52개 이슈가 담긴 두툼한 일기장 한 권을 갖게 된다.

교내 영자신문 부장을 맡고 있는 이한결 양(2학년)은 "영자신문을 스크랩해 영어로 의견을 쓰면서 글의 스타일을 배우게 됐다"며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해)SAT를 준비하는데 25분 만에 논리적으로 영작을 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외고는 신입생이 입학하기 전 겨울방학부터 신문일기를 쓰도록 한다. 조성정 양(1학년)은 "중학교 때는 신문을 전혀 보지 않았는데 겨울방학에 한꺼번에 8~9개 신문을 보며 일기를 썼더니 방 전체가 신문으로 가득 찼다"고 웃음을 지었다.

윤정하 양(2학년)은 "입학해서 처음 글을 쓸 때는 이전에 글쓰기를 할 일이 별로 없어 처음엔 다소 힘들었지만 익숙해지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며 "일주일에 한 건이지만 날마다 쓰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전 교감은 "인터넷에 정보가 넘치지만 창의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신문 읽기가 필수라는 판단에 따라 신문 일기를 도입했다"며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논술과 구술 연습을 하고, 더 나아가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