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페덱스-JA 국제무역창업대회 현장을 가다
"이슬람교도인 이집트 사람들이 기도를 할 때 양탄자가 꼭 필요해. 기본적으로 1인당 1~2개씩은 이미 양탄자를 가지고 있어. 평범한 양탄자로는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단 뜻이지."
"그럼 양탄자를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까? 이집트 사람들이 양탄자를 둘둘 말아 들고 다니는데 몹시 불편해 보여."
지난 8월 4일
싱가포르의 한 호텔. 2009 페덱스-JA 국제무역창업대회에 출전한 대원외고 2학년 박상하, 이재환군이 사업 아이템을 짜내느라 머리를 맞댔다. 주최 측이 제시한 주제는 ''이집트와 양탄자''. 한참 동안 고민하던 두 사람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스쳤다. ''가방 같은 양탄자를 만들자!''
"접으면 손잡이가 달린 가방으로 변신하는 양탄자예요. 자그마한 주머니도 만들어 청소도구를 넣으려고 해요. 이슬람교도들은 기도 전 주변을 깨끗하게 정돈하거든요."
- ▲ 송승호(왼쪽), 이재혁군이 심사위원들 앞에서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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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반고 학생도 맹활약 이틀 뒤인 8월 6일, 각 팀이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마지막 ''결전의 날''이 밝았다. 대회장은 아침 일찍부터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번 대회에는 개최국인 싱가포르를 비롯해 한국,
호주,
홍콩,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태국 등 7개국에서 총 21개 팀이 출전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7월 10일 국내 예선을 거쳐 송승호·이재혁(17·경기외고2)군, 박상하·이재환(17·대원외고2)군, 강지예·양민경(18·대구여고3)양 등 총 6명이 출전했다. 발표가 시작되자 고교생들이 이틀간 준비한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국내 예선에서 일등을 차지한 송승호·이재혁 팀은 ''양탄자 대여 및 개인 양탄자 보관 서비스'' 사업을 구상했다. 사원에 올 때마다 양탄자를 들고 오는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아이디어다. 송군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대상 소비자를 분석하면서 경영학을 전공하겠다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선 기분"이라고 했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구체적 마케팅 전략 필요
심사위원들은 발표를 들으며 "제품을 팔기 위해 어떻게 마케팅할 계획이냐"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의 전문성을 평가하고 경제적인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심사위원인 데이비드 로스 페덱스 남태평양 회장은 "한국 학생들에게서 앞으로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세 팀은 일곱 팀이 올라가는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심사위원인 토마스 듀얼 JA 부회장은 "한국학생들의 아이디어는 매우 창의적이고 발표도 훌륭했지만, 마케팅·광고계획을 더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 ''이집트와 양탄자''라는 대회 주제를 받고 사업계획서를 쓰던 한국 학생들이 골치가 아픈 듯 재미있는 포즈를 취 했다. 사진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환, 이재혁, 박상하, 송승호군.
우승은 ''라디오 양탄자''를 제안한
뉴질랜드 팀에게 돌아갔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라디오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우승자인 폴 마이너스(16)군은 "교실에서 배우던 것과 전혀 다른 경험"이라며 "대학에 진학해서도 진짜 세계, 현실적인 경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또 이 대회는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출전해 협동심을 기르는 기회도 됐다. 이재혁군은 "공부, 수행평가 등 학교에서 하는 것은 대부분 개별 활동"이라며 "친구와 함께 대회를 준비하며 진정한 협업, 분업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페덱스-JA 국제무역창업대회
세계적인 물류회사 페덱스와 비영리 청소년경제교육 단체인 JA(Junior Achievement)가 공동 주최하는 대회. 주어진 주제로 제품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생산·마케팅·판매 전략 등 사업계획을 세워 발표하는 형식이다. 매년 6~7월 두 차례 국내 예선을 거쳐 3위 이내 입상한 팀이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대회 참가비용은 전액 주최 측이 부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