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경기외고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자가 발표됐다. 경기외고는 외고로서는 처음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해 세간의 관심이 높았다. 합격생의 스펙을 분석해 외고 입학사정관 전형의 선발기준을 알아봤다.

「지역균형선발」
지역사랑 투철한 적극적 팔방미인

“검도소녀, 반갑습니다. 만나보고 싶었어요.” 지난 18일 경기외고 교장실. 박하식 교장이 올해 입학사정관제로 지역균형선발전형에 합격한 박민희(연천 전곡중 3)양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 박교장은 “박양은 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 인사”라며 “뛰어난 실력과 독특한 자기소개로 서류를 볼 때부터 한번 보고 싶었던 인재”라고 말했다.

박양이 사는 경기도 연천 지역은 비무장지대와 인접한 인구 4만 5000여명의 군사 도시. 학원·과외 같은 사교육을 받기 위해선 3시간 이상 기차와 전철을 갈아타야 한다. 박양의 서류를 심사한 경기외고 전성은 교감은 “불리할 수 있는 지역적 특색을 마음껏 활용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엔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지역 사랑’을 보인 것.

박양은 연천군의 지역 행사인 ‘구석기 축제’에 참가해 봉사활동을 했다. 어릴 때부터 검도로 다져진 운동실력을 발휘, 학교대표로 출전한 연천학생체육대회에서는 원반던지기와 투포환던지기 종목에서 1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학교 성적도 빼어났다. 전교 1등의 성적을 줄곧 유지해 교내장학금과 경기도에서 수여하는 장학금을 받은 것은 물론, 발명아이디어 공모전에도 응시해 수상한 ‘팔방미인’이다.

전 교감은 “자신을 ‘자연과 뛰노는 소녀’라고 묘사한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이 미래에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꿈과도 자연스레 연결됐다. 전형적인 글로벌 인재상”이라고 표현했다.

「미래인재전형」
긍정적 사고와 우수한 영어실력을 갖춘 글로벌 리더

신다미(분당 양영중3)양은 1단계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과하고, 영어듣기시험을 거쳐 미래인재전형에 최종합격했다. 신양은 “경기외고가 추구하는 인재상을 읽으면서 학교가 내 꿈을 이해해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지금까지 꾸준히 쌓아왔던 경력을 꼼꼼하게 정리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11개월간 미국에 거주했을 때 가입한 연극 동아리에서 연극 전 과정을 직접 제작해 보면서 느낀 점, 방송국에서 주최한 글짓기 대회에 참가해 수상한 점들을 나열하며 일관된 목표를 위해 노력한 점을 강조했다.

2단계 영어듣기시험에서는 1문제를 틀렸다. 신양은“여름방학 동안 매일 7시간씩 영어듣기를 공부했다”며“매일 실제 시험과 유사한 양의 문제를 풀고 조금 어려운 단어로 공부해, 실제 시험장에서 떨지 않고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성 입학홍보실장(입학사정관)은 신양의 준비성을 높이 샀다. 그는 “경기외고에서 실시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거의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열의가 높았다”며 “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을 정확히 이해했고, 그에 맞게 중학생활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학교생활기록부가 우선…성적만 높으면 탈락도

경기외고측은 이번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가장 목표로 했던 것이 ‘중학 교육과정의 정상화’였다고 입을 모았다. 중학교에서 학생이 활동한 경력이 나열된 학교생활기록부와 교사추천서를 100% 신뢰했다는 것. 전 교감은 “선생님들이 무조건 추천서를 잘 써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학생의 장점과 발전가능성, 단점까지 있는 그대로 알려줘 평가에 크게 반영했다”고 말했다. 김주성 실장도 “교사의 추천을 신뢰해야 내년에도 같은 교사가 더 좋은 학생을 추천해 줄 거라는 믿음 하에 사정했다”며“중학교 측에서도 합격자 명단을 보고 우리의 전형 방향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감은 중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학교생활이 가장 첫번째고, 그 다음이 성적”이라며“진정성과 열의를 가지고 경기외고가 추구하는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경험을 충실히 쌓는다면 입학사정관제도가 가장 유리한 입시전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경기외고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한 신다미(왼쪽)·박민희(오른쪽)양이 전성은(가운데) 경기외고 교감과 학교 교정에서 활짝 웃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