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외고 전교생은 신문으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3년간 신문일기와 시사토론 등 신문활용교육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게 된다. 신문만큼 세상의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토론 자료로 적당한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문활용교육에 활용되는 신문은 5개의 일간지 3부씩, 2개의 영자 신문이 2부씩 준비된다.
신문을 활용한 교육은 크게 시사토론과 신문일기 두 가지다. 1학년은 국어 수업 시간에 미리 써온 신문일기를 바탕으로 토론한다. 2학년은 국어 수행평가로 신문 일기를 쓴다.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조원일기를 쓰며 친구의 일기에 평을 하거나, 첨삭을 한다. 3학년은 신문일기를 쓰되 조원일기는 쓰지 않는다. 신문일기는 관심일기와 비교일기로 구성 되어있다. 1주차, 2주차에는 관심일기를, 3·4주차에는 비교일기를 작성한다.
1학년생은 시사토론
1학년은 1년에 7차례 토론을 하게 된다. 토론은 6명이 3명씩 찬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토론의 승패는 6명의 배심원과 선생님 심사위원에 의해 가르게 된다. 토론의 진행 순서는 입론과 상대팀의 확인 심문을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토론자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반박거리나 논거의 부족함을 찾아내야 한다. 토론 후에는 청중에게도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진다. 이 때 제대로 답변하기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토론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기본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반론을 제기하거나 질의를 하는 것에 대해 자칫 감정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태도는 토론 내용을 떠나 패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한 토론을 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거나, 준비한 것만 발표하는 경우 등이 패인이 된다.
학생들 “비교일기”를 쓰면서 다양한 시각 가져
관심일기는 1주일에 기사를 한 편 택하여 스크랩을 한 후, 그에 대해 자기의 의견을 600자 원고에 정리하는 형태다. 비교일기는 사회의 이슈 중 찬반으로 나뉘는 주제에 대해 일기를 쓰는 것을 말한다.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각각 정리하고 그에 관련된 기사를 찾아 붙인 후, 자기의 의견을 정하여 근거를 제시하는 주장 글의 형태다.
비교 일기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여 주제를 정한다. 비교 일기 쓰기에 좋은 주제를 미리 선정해서 인터넷에 올리면 각 조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쓰게 된다.
그 동안 비교 일기의 주제는 각자 선정하여 써왔다. 그러다 보니 주제가 다양했던 반면 깊이가 없는 글들이 많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각 조별로 주제를 선정하여 조원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비교일기를 쓰기도 한 것이다. 앞으로 비교 일기로 적당한 주제를 많이 올리는 학생에게는 가산점이 주어질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신문일기의 돋보이는 점은 조원일기와 학부모 참여란이다. 신문일기는 조를 정하여 조원끼리 서로의 일기에 평을 달아준다. 친구의 글을 읽고 첨삭도 하면서 친구의 글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조원일기를 쓰면서 친구의 관심사도 알게 되고, 자기가 관심이 없었던 분야도 친구를 통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는 효과가 있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 아이의 정신적인 성숙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다보니 부모님과의 만남이 주말에나 가능하다. 이 때 신문일기를 읽으며 우리 아이의 생각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내 아이 뿐 아니라 조원들의 글을 읽으며 어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지 알게 되어 안심하게 된다.
“신문일기” 개선 회의는 학생들의 아이디어 광장
7월 21일 경기외고의 한 교실에서는 신문일기 개선회의가 있었다. 2학년 학생들이 반 학기 동안 신문일기를 써오면서 불편하거나 문제가 되었던 여러 안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학생들이 가장 활발하게 토론한 안건은 일기 양식에서 개선해야 할 점들과 조원 간의 첨삭 문제였다.
원고 양식에서 원고지 양과 틀을 수정하기로 했다. 신문 일기는 일정한 틀을 가지고 있다 보니 사용하는데 제약이 많았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원고지의 분량이 적어 마음껏 쓸 수 없었다. 그리고 개요 짜기와 총평 칸이 너무 좁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는데 차라리 그 칸을 없애고 600자의 원고지를 800자로 늘리기로 했다.
조원들끼리의 첨삭과 조원일기를 열심히 해주지 않는 친구들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았다. 신문 일기를 밀려서 몰아 쓰는 친구로 인해 조원일기를 제대로 쓰지 못해 조원들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들이 있어, 그 해결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밀려 쓰는 친구들의 문제 해결 방법은 조원일기 밑에 주인장의 란을 만들어 서로 의견을 주고받도록 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조를 짤 때 그러한 부분을 반영하여 조원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 외의 안건은 조 편성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진로와 관계없이 조를 편성했으나 앞으로 계열별로 편성한다. 경영계열, 정경계열, 인문계열, 언론계열, 외국어 계열, 사범 계열, 국제 학부, 자연계열 으로 조를 편성할 예정이다.
신문읽기는 학생들 진로 결정에 많은 도움
외교관이 꿈인 이하경은 신문을 읽으며 탄탄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신문 기사는 방송 뉴스보다 조리 있고 심층적인 면이 있어 지식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외교관으로 일을 하게 되면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시사상식과 지식이 필요하다. 신문을 읽으면서 새로운 지식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메모를 해두었다가 그에 대한 정보를 찾으며 지식을 쌓고 있다. 또 이런 노력들이 수능이나 대입 구술면접에서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영자신문을 읽으면서 기사 내용을 분석하고 일기를 쓰는 등 신문일기 외에 나만의 NIE를 따로 하고 있다.” 라며 또랑또랑 한 목소리로 전한다.
“신문일기는 수행평가라기 보다는 나 자신에 대해 알게 되고, 발전 된 모습을 보게 해주는 기회로 생각한다.” CEO를 꿈꾸는 학생, 신재인은 신문 일기를 하기 전에는 신문을 거의 읽지 않았었다. 신문일기를 시작하면서 억지로 읽게 되었는데 국제 정세나 경제면 기사를 읽으면서 새로운 세상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특히 기업인이나 경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다. 신문을 읽는 것 뿐 아니라 일기를 쓰면서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고, 조원일기를 쓰면서 친구들의 의견도 알게 되어 좋은 것 같다.”
일본어 특기자로 입학한 이건우는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다. 특히 노인 복지에 관심이 많다. 그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꼼꼼히 읽고 있는데 기사의 내용에 실망할 때가 많다고 한다. “내용이 너무 일반적이어서 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읽은 독거노인에 대한 기사는 가식적이어서 너무 실망스러웠다.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며 노인 복지에 대해 많은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중학교 시절을 일본에서 보내어 국어에 약했던 건우는 글을 쓸 때 일본식 문법 때문에 애를 먹었었다. 하지만 신문 일기를 하면서 조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친구들의 첨삭으로 잘못된 표현을 교정하게 되어 조원 친구들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신문일기”는 수행평가 라기 보다 자신을 알게 되는 기회
신문일기 개선 회의를 마치고 그동안 신문 일기를 써오며 느꼈던 점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의에 참석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이 말을 할 때마다 이야기 끝을 이어가며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조흥현 학생은 “기숙사에는 인터넷이나 TV와 같은 매체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세상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신문뿐이라 안 읽을 수가 없어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궁금하잖아요.”라고 의견을 표했다. 또 강신선 학생은 “한 친구가 신문을 읽으며 이야기를 꺼내면 따로 시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기숙사나 교실이 자연스럽게 토론장이 되기도 해요. 그런 토론을 하다보면 관심이 없던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더 신문을 열심히 읽게 되다.”고 말했다.
“관점이 다른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 읽기 하다보면 두 신문사의 의견이 다른 데에 흥미를 갖게 된다. 비교 읽기를 하면서 어떤 신문사의 주장이라서 믿기보다 합당한 근거를 제시한 내용을 믿고, 타당성을 가진 의견 쪽으로 내 의견을 결정한다.” 고 박새람 학생은 발표했다. 강찬희 학생은 “전 신문을 읽으면서 통계에 빠지고 말았어요. 그래프나 수치로 전 하는 통계의 매력에 푹 빠져 전공을 바꿀까도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6년, 앞으로도 계속.
2005년부터 시작한 신문일기가 6년째에 접어들었다. 경기 외고에서 신문일기가 지금까지 이어오는 데는 국어 선생님들의 노력이 있었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신문 일기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효과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툼하고 빽빽한 학생들의 신문일기를 보면 아이들이 신문 일기를 쓰면서 고심했던 흔적이 역력히 나타나있다. 그런 고민의 흔적이 아이들을 성숙하게 하고 자기의 꿈을 키워나가는 시간들이 되었을 것이다. 정선임 (한국언론진흥재단 NIE 강사 겸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