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력도 훈련 나름 배드민턴 하며 배워"
홀어머니께 운동으로 효도… 집무실 있는 건물에 작은 코트까지
강영중(61)
대교그룹 회장의 항공사 마일리지는 150만마일(240만㎞)이 넘는다. 지구를 60바퀴 돌 수있는 거리다. 2005년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장을 맡은 후 누빈 거리가 더 늘었다.
그는 국기 태권도를 제외하면 올림픽 종목 중 유일한 한국인 국제단체장이다.
"세계를 돌면 문화나 국제교류 등 ''소프트파워''의 위력을 절실히 느낍니다. 배드민턴의 수장으로 제가 할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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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으로 하루를 열었다강 회장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배드민턴을 처음 접한 것은 고 1 체육 시간이었다. "당시만 해도 셔틀콕은 고무에 비닐이 달린 수준이었습니다. 곡선이 아니라 직선을 그리며 날아갔죠. 그래도 정말 재밌더라고요."
아버지를 일찍 여읜 강 회장은 서울로 올라와 1975년 3명의 회원으로 ''종암교실''을 열며 교육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업 확장에 눈코 뜰 새 없던 강 회장은 홀로 적적한 시간을 보내던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다.
- ▲ 세계배드민턴연맹 회장인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은 본사 옥상에 배드민턴 코트를 마련하고 종종 직원들과 땀을 흘린다. 강 회장은“배드민턴을 즐기면서 기업 경영의 진리도 깨달았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도봉구 집에서 매일 함께 배드민턴을 했어요. 어머니가 눈에 띄게 밝아지셨습니다. 어머니가 호미 들고 뒷산 공터에 직접 배드민턴장을 만들기도 했어요. 89세인데도 배드민턴을 칠 만큼 건강합니다. 배드민턴이 효자였던 거죠."
1991년 ''눈높이 교육''이란 브랜드로 대박을 친 대교는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이익의 사회 환원에 대해 고민하던 강 회장은 1997년 오리리화장품 여자 배드민턴팀이 해체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수를 결정했다.
"어머니를 보며 여성의 스포츠 참여에 대해 관심을 가졌어요. 그때부터 배드민턴과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강 회장은 2003년 대한배드민턴협회장에 취임해 6년 동안 협회를 지휘했다.
강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방배동 대교눈높이센터 6층엔 ''대교 셔틀공원''이라 불리는 작은 코트가 있다. 그는 종종 이곳에서 땀을 흘린다. 헤어핀과 푸시 공격 등 네트플레이에 능하다는 것이 배드민턴 관계자들의 평가다.
"순간적으로 셔틀콕을 받아내려면 오랜 훈련이 몸에 배야 합니다. CEO 역시 빠른 시간 안에 ''예스(yes)냐 노(no)냐''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평소 부지런히 내공을 쌓아야겠죠. 배드민턴을 하며 깨달은 진리입니다."
■"BWF 사무국을 한국에"
''스포츠 CEO'' 강 회장은 ''공부하는 운동선수''란 자신의 철학을 잊지 않는다. 강 회장은 2005년부터 초등학교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영어와 한자 학습지를 제공하고 무료로 방문 교사의 지도를 받게 했다.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한 여민지 등이 그 혜택을 받고 자란 세대다. 대교는 작년부터 ''공부하는 학원축구''란 모토를 내건 초·중·고 주말리그도 후원하고 있다. 강 회장은 세계연맹 회장직을 수행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넓은 세상에 나가보니 아직 한국의 스포츠 외교가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경기력에선 7대 강국에 들어갈지 몰라도 스포츠 행정이나 외교 쪽에선 더 많은 인재가 나와야 합니다."
2013년까지 BWF 회장직을 맡는 강 회장의 꿈은 확실하다. "BWF 회원국 동의를 얻어 세계연맹 본부를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으로 옮겨 오려 합니다. 국내에 국제 스포츠기구가 전무하다시피 하잖아요? 이 기회에 국제회의도 자주 유치하고 스포츠 행정 인력도 키우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