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이미지에 익숙해져라
“ 단어는 집으로 얘기하면 벽돌에 비유할 수 있어요. 아무리 좋은 설계도 가 있어도 벽돌이 없으면 집을 지을 수 없듯 단어를 알지 못하면 실력이 더 이상 늘기는 힘들죠. 벽돌만으로 집을 짓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준비돼 있을수록 큰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해
요.”최 선생은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단어를 꾸준히 준비해 놓으라고 강조한다. 단어를 모른 채 뜻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단어를 많이 알수록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최 선생이 고3 수험생에게도 단어 외우기를 주문하는 이유다. 단어는 자체의 뜻보다는 이미지에 익숙해져야 한다. 단어는 한 가지 뜻만
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니라 앞뒤에 어떤 단어가 오느냐에 따라 모양새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어가 쓰인 문장의 맥락을 통해 이미지에 익숙해지면 새로운 문장을 접해도 본래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쓰임새를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최 선생이“시판 단어장을 이용하는 대신, 독해나 듣기 연습을 하면서 단어를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집한 단어를 볼 때마다 어떤 글에 어떻게 쓰였는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다면 이는 사전보다 훨씬 유용한 학습도구가 될 수 있다.
단어의 이미지를 외울 때의 요령도 가르쳐 준다. 한마디로 반복 효과를 노리라는 것. 사람이 기억하기 쉬운 최적단위는 7단위다. 일곱 자리 전화번호는 잘 외워지지만 한 자리만 추가가 되도 외우기 어려워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단어를 7개씩 끊어서 외우
고 다시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게 최 선생의 설명이다. 하루 30분씩 단어 외우기에 투자한다면 한 번에 30분을 몽땅 써버리기 보다 20분과 10분으로 쪼개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점심시간에 20분간 단어를 외운 다음 잠자리에 들기 전 10분간 낮에 외운 것을 반복해 외우는 식이다. 30분간 수십 개를 외우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6일간 반복하고 일주일 중 마지막 하루는 6일간 공부한 단어를 다시 반복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지문을 통해 문장의 구조를 분석해라
“흔히들 시험을 보고 나면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거나 모르는 단어를 찾는 것에서 그치곤 하죠. 그러나 그 정도로는 실력이 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문을 분석하는 일이에요. 어떤 글이냐를 알고 글의 구조에 익숙해지면 주제를 찾고 맥락을 이해하기가 쉬워집니다.”어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분석적으로 독해하는 습관은 독해 실력은 물론 듣기와 말하기 실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글을 분석함으로써 문법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되고 이것이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끼치는 이치다.
지문을 읽을 때의 핵심은 주제를 찾는 일이다. 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적인 내용을 알아야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글에서 설명문과 논설문, 이야깃글 등 글의 종류에 따라 내용의 전개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처럼 영어 지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글의 종류에 따라 주제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반복되는 독특한 연결어는 무엇인지, 주제를 서포트하는 방법에 무엇이 있는지 등을 알아둬야 한다. 지문을 보고‘이런 접속사 다음엔 주제가 나올거야’‘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대조가 아닌 비교 방법을 썼구나’하고 감을 잡을 수 있다면 성공이다. 이야깃글의 경우 설명문이나 논설문과는 달리 주제가 나오지 않고 주인공과 시간적 흐름을 중심으로 구성이 되기 때문에 이야기의 순서를 맞추는 문제나 분위기를 파악하는 문제가 많이 나온다. 따라서 지문을 읽을 때 주인공과 시간적 흐름에 따른 사건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시험에 나오는 지문의 유형은 설
명문과 논설문, 이야깃글이 대부분이고 수능의 경우 설명문과 논설문이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글의 구조를 알아두면 독해 문제를 쉽게 풀어나갈수 있다. 최 선생은 이런 지문 분석 작업을 일명‘뒤처리’라고 표현했는데,듣기에서도‘뒤처리’에 신경 쓸 것을 주문한다. “듣기가 잘 되지 않는다면 틀린 이유를 진단해볼 필요가 있어요.단어를 몰라서라면 단어를 암기해야 할 것이고, 단어는 알지만 발음을 알아듣지 못했다면 단어가 쓰인 문장을 반복해 들어서 발음을 익혀야 할 것입니다. 만일 내용이 이해가 됐는데도 답이
틀린다면 뭘 들어야 할지, 왜 듣는지를 모르는 경우이기 때문에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읽어보고 제시문의 유형을 지문 분석하듯이 정리해 파악해야 합니다.”
좋은 글을 모방하면서 글꼴을 익혀라
“지문을 분석하는 작업이 끝나면 지문의 주제 제시 방법을 모방하면서 글쓰기를 하는 게 수순입니다. 글꼴을 모르고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가 힘들죠. 일단 글의 틀을 알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모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영작문은 배울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자신의 생각을 쓰려고 하는 것은 영어 실력이 웬만큼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모한 일일 수 있다. ‘창의적인 생각은 모방에서 시작 된다’고 좋은 글의 전개 방식과 표현법을 따라 하면서 틀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글의 틀을 알고 나면 그 틀을 깨고 나만의 방식으로 새 틀을 짤 수 있게 된다. 최 선생은 모방하기 좋은 글의 한 예로 수능 기출 문제나 6~9월 평가원 문제의 지문을 꼽는다. 권위 있는 전문가가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 만든 지문인 만큼 글의 모범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개인에 따라 흥미 있는 주제를 선택하면
효과는 배가된다.모방에 익숙해졌다면 내 생각을 표현해 볼 순서다. 이 단계에서 최 선생이 학생들에게 권하는 방법은 ‘리딩 저널 쓰기’다. 모방으로 닦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신문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편안하게 써보는 것이다. 단어와 문법은 틀려도 상관없다. 자신의 느낌을 표현한다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신감을 얻게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문법 공부로 부족한2%를채워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 문법이다. 문법을 공부하는 것이 구시대의 공부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없다면 문법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이롭다고 최 선생은 조언한다. “흥미를 갖고 영어에 입문하는 시
기라면 문법이 불필요하게 여겨질 수 있어요. 하지만 문장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쓰기에 도전하는 수준이라면 문법을 앎으로써 영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죠.”제한된 시간 안에 정해진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능 시험에서 긴 문장을 빨리 읽어내기 위해서는 문법 공부는 필수라고 덧붙인다. 문법을 공부한다고 하면 두꺼운 종
합 문법책을 떠올리기 쉽다. 그리고 여간한 인내심으론 안 될 것이라고 지레 겁을 집어먹기도 한다. 이런 이미지는 ‘문법= 어려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되기 쉽다. 하지만 문법책은 굳이 어려운 것을 볼 필요가 없으며, 어려운 내용을 완벽하게 마스터할 이유도 없다고 최 선생은 말한다. “쉽게 설명된 문법책을 한 번 정도 훑어 보고 이해한 다음 문제집을 풀면서 모르는 것이 나오면 그때그때 문법책을 찾아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인재상이 영어능력이라면 영어학습 방식도 시대의 흐름을 타야 합니다.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는 시험용 영어에서 벗어나 사고력이 바탕이 된 영어를 공부할 때 시대에 걸맞는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수희 기자 blog.veritas-a.com/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