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外高 ‘신문일기’쓰니 논술이 절로
전교생 빠짐 없이 참여
스크랩하고 토론하고 “가장 가까운 공부친구”
▲ 의왕시 명지외고 이기찬 교사(뒷줄 왼쪽 안경쓴 이)가 신문일기 토론수업을 진행하고 있 다. /이진한기자 magnum91@chosun.com
경기도 의왕시의 명지외국어고 학생들은 빠짐없이 ‘신문일기’를 쓴다. 기사를 스크랩한 다음, 연필로 꾹꾹 눌러 써가며 자기 생각을 요약한다. 거기에 친구들이 댓글을 덧붙이고, 그러면 때로는 ‘치열한’ 토론으로 이어진다. ‘신문일기’는 세상과 타인에 대한 이해(理解)의 장이 된다. 단순한 NIE(신문활용교재)가 아니다. 인터넷·디지털 세대 학생들이지만, 신 문일기만큼은 철저하게 ‘아날로그’식으로 만들어진다.
영어·중국어과 3학년 이일재군의 일기장에는 개그콘서트의 ‘출산드라’가 한창 인기였을 때 게재된 ‘뚱보들, 안방을 접수하다’라는 기사가 붙여져 있다. ‘설파(說破)’, ‘폄훼(貶毁)’와 같은 어려운 표현에 대한 뜻풀이도 적어 넣었다. 그 아래에는 ‘외모 지상주의보다는 실력이 우선시되는 풍조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달았고, 다시 그 밑에 ‘이는 한 국만이 아닌 세계적 문제(정애리)’, ‘미인이라는 말이 사람의 정신을 죄어오는 세상(조문영)’ 등 친구들의 댓글이 달렸다.
이념 논쟁에서 촉발됐던 ‘맥아더동상 철거 논란’ 기사를 오려 붙인 같은 반 정지민양의 일기. ‘물리적 충돌보다 질 서와 절차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글 밑으로 ‘우리에게 은인이라도, 한 핏줄 북한에게는 그렇지 않으니 철거되 어야 한다’,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은 인물인 만큼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친구들의 찬반 의견이 이어졌다.
이 수업을 기획한 3학년 부장 이기찬 교사는 “사설·칼럼뿐 아니라 만평·인터뷰·그래픽까지도 두루 다룬다”며 “종 이 신문은 학생들에게 가장 가깝고도 훌륭한 공부 친구”라고 말했다.
신문 일기 작성은 대입이 결정될 때까지, 오려 붙인 신문지가 빛바래고, 일기장이 까맣게 손때 탈 때까지 이어진다. 논 술은 물론, 면접과 구술시험 준비에도 영양 만점인 자작(自作) 참고서이기 때문이다. 광고 카피라이터가 꿈이라는 3학년 장성우양은 “2년 동안 꼬박 써온 이 작은 역사책이 앞으로 내게는 더없이 소중한 정보창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의왕=정지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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