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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평가방식을 바꿔야 교육혁신 성공한다"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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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등록일
2017-09-25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수업과 평가의 방식을 전환해야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교육정책연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23일(토) 오후 서울특별시교육청 11층 대강당. '평가를 바꿔야 교육이 바뀐다'는 주제로 열린 수업․평가혁신 세미나에 현직 교사들과 교장, 장학사 등이 주말임에도 대거 참석해 200명 수용 규모의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연수가 아닌, 자발적 참가 연수에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던 사례는 드물었다고 교육청 측은 귀띔했다. 타 시도 교육청 관계자들도 이 행사를 참관했다.

 

 

이날 세미나는 이혜정 소장(교육과혁신연구소)이 '수능과 학종 문제의 대안: 새로운 차원의 평가체제를 중심으로'를 주제발표하면서 기존의 수업과 평가 방식에 문제제기를 했다. 경기외국어고등학교의 백영옥(국어), 김한솔(수학) 교사는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로 수업을 진행하고 평가한 사례를 공개했다.
토론에 참석한 송재범 교장(구현고)과 김진우 대표(좋은교사운동), 이기정 교사(미양고)는 '수능과 내신의 객관식 문항에 문제가 있고 IB 교육과정 도입 등 개선책이 필요함'에 전반적으로 의견 일치를 보였다.

세미나는 참석한 교사들의 질문이 쇄도해 1시간 정도 늦게 끝났다. 세미나를 시작하면서부터 문자메시지로 질문을 받았으나 문자 질문이 밀려 들었고 즉석 질문까지 많아서 감당하기 어려웠다. 주최 측은 청중의 질문들을 종합하여 요약 답변하는 방식을 택해야 했을 정도로 현장의 열기가 상상 외로 뜨거웠다.

교사들은 대부분 논술형 교육과정인 IB를 한국 교육에서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 마련 ▲채점 공정성 확보 ▲교사 재교육 등을 해결과제로 제시했다.

김두루한 교사(경기고)는 "IB 논술형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표현력과 사고력을 기른다는 시대흐름에 비추어 볼 때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맞다"면서 "수행평가 등에 헌신한 기존 현장 교사의 체험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IB와 같은 교육과정도 좋지만 이것을 지도할 수 있는, 준비된 교사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또다른 교사는 "IB 논술형 교육과정이 이미 검증되었다고 하지만 너무 환상을 갖고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비판적, 창의적 역량을 위한 평가체제 혁신방안' 마련을 위해 연구팀을  구성해 이혜정 소장을 연구책임자로 위임하고, 세계적으로 공인된 논술형 교육과정인 IB를 공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 "국가교육과정 목표와 무관한 엉뚱한 능력 평가"

이혜정 소장은 "2017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국어 영역에 출제된 문제 45개를 분석한 결과 '다음 중 적절한 것은' 유형이 25개, '다음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유형이 19개였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일선 학교의 일부 내신 문제를 공개하며 "중간·기말고사의 문제는 내신 등급을 나누기 위해 어떻게 하면 오답이 나오게 할까 고민하면서 출제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창의적 인재 양성, 전인적 성장'으로 국가교육과정을 설정해 놓고도 이런 목표와 무관한 엉뚱한 능력을 평가하고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소장은 "시험에서 어떤 능력을 측정하는지에 따라 학생들의 공부법과 교사들의 교수법, 사교육 시장까지 영향을 받는다"면서 "교육 관련 구성원들의 모든 행동 방향을 조종하는 시험 방식을 혁신하지 않으면 다른 무엇을 변경해도 대한민국 교육은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대안으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Baccalaureate), 영국의 에이레벨(A-Level), 독일의 아비투어(Abitur), 핀란드의 윌리오필라스틋킨토(Ylioppilastutkinto)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특히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공교육에 도입한 국제 바칼로레아(IB)를 소개하며 "일본이 시작한 교육혁명을 한국이 못할 이유가 없는데 우리는 수능의 절대평가․상대평가 등 소모적인 논쟁만 하면서 국민들을 편가르기 한다"고 지적했다.

◆ "IB 국어 과목에선 작품읽기, 글쓰기, 발표토론으로 수업"

백영옥 교사는 "IB 국어(한국 문학) 교과과정에서는 교과서가 따로 없고 다만 IBO(IB 본부)에서 저자별, 장르별 작품 목록을 주면 교사가 재량껏 작품과 진도를 선택한다"면서 "객관식 문항 대신 글쓰기와 발표로 시험을 본다"고 소개했다.

백 교사는 "IB 국어 과목의 교육목표는 ▲언어와 문학을 평생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경험하고, ▲문학적 비평 기술을 이해하고, ▲독자적인 문학 감상자의 역량을 계발하는 데 둔다"고 밝혔다.
 

 

백영옥 교사는 IB 국어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수업 도중과 수업 전후에 해야 할 일도 공개했다. 수업 전에는 ▲작품읽기, ▲토론거리 생각하기, ▲조별 발표 준비하기, ▲자기 생각 글로 써 보기를 하도록 지도한다. 수업 중에는 ▲토론하기(전체, 조별), ▲발표하기(개인, 조별)  ▲글쓰기 ▲상호 확인 점검(피드백)으로 진행한다. 수업 뒤에는 ▲발표에 관한 상호 확인 점검(피드백), ▲글쓰기에 관한 상호 확인 점검(피드백), ▲과제 부여 순으로 지도한다.

백 교사가 소개한 2년 과정의 IB 국어 과목의 학습 주제는 다음과 같다. ▲세계문학을 2작품(기본반)이나 3작품(심화반) 읽고 주제탐구 보고서(에세이) 쓰기, ▲여러 장르를 2작품(기본반)이나 3작품(심화반) 읽고 교사와 일대일 면담하기, ▲한 장르를 3작품(기본반)이나 4작품(심화반) 읽고 작품해석 보고서(에세이) 쓰기, ▲3작품(기본반)이나 4작품(심화반)을 자유선택하여 발표(프리젠테이션)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교사 일방적으로 제시문을 읽어가면서 해설하는 기존의 국어 수업 방식과는 혁명적으로 차이가 있다.

백영옥 교사는 평가 방식과 배점 비율도 공개했다. ▲세계문학 주제 탐구보고서(에세이)는 1,200~1,500단어로 작성하고 배점은 25%다. ▲교사와 일대일 면담(인터뷰)은 10~20분간 진행하고 배점은 15%다. ▲배운 작품을 바탕으로 작성하는 글쓰기는 3문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90분이나 120분 내에 처리하면 된다. 배점은 25%다. ▲발표(프리젠테이션)는 10~15분간 진행하고 15%의 배점을 받는다. ▲낯선 작품 글쓰기는 시나 산문 중 하나를 선택하여 감상문을 90분이나 120분 내에 쓰면 된다. 배점은 20%다.

백 교사는 세계문학 주제탐구 글쓰기의 예시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이방인'의 재판과정에 드러나는 인간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존재하지 않는 기사'의 인물들이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 ▲카프카의 소설에 삽입된 비현실적 요소들의 상징적 의미와 역할, ▲'학술원에의 보고'와 '굴'에 나타는 카프카의 서부 유대인적 배경 분석, ▲'판결'과 '굴'에 나타는 이중적 자아의 문제 등을 논술하면 된다.
 

 

◆ "수학 과목도 객관식 대신 논술형이나 보고서로 평가"

김한솔 교사는 수학 과목의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에서 객관식 문항 대신 논술형 문항이나 보고서(소논문) 형식으로 평가하는 사례를 공개했다.

김 교사는 "IB 수학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수학의 관점을 확립할 수 있도록 4개의 과정을 제공한다"면서 "도구로서의 수학을 강조하는 기본반(SL)과 수학 및 과학의 논리적 사고의 언어로서 수학에 접근하는 심화반(HL)으로 나뉜다"고 밝혔다.

김한솔 교사는 "지필평가에서는 문제를 풀이한 과정과 학생이 문제를 풀이한 근거가 타당한지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행평가에서는 학생이 IB 과정에서 학습한 수학적 지식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경험을 한다"면서 "수학에서는 이것을 '수학적 탐구'로 부르며 학생이 스스로 선정한 주제에 질문을 던지고 답변하는 과정을 12쪽 분량의 보고서로 작성하면 된다"고 밝혔다.

수행평가로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의 주제로는 ▲거리란 무엇인가(심화반), ▲3대 작도 불능 문제의 작도(심화반), ▲계산기는 정적분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심화반), ▲직선의 일반화(심화반), ▲삼각함수의 역함수는 왜 'arc'라 부르는가(심화반), ▲몬티 홀 문제와 확률의 역설들(기본반), ▲피보나치 수열의 일반항(기본반), ▲건출물의 부피 최적화(기본반)를 예로 들었다.

김한솔 교사는 ▲의사소통(4점), ▲수학적 표현(3점), ▲개인의 직접 참여도(4점), ▲비판적 성찰(3점), ▲수학적 난이도(6점)가 수행평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수학적 난이도가 높은 수준의 주제를 택하면 보통 '의사소통', '수학적 표현', '비판적 성찰' 등에서 최고점수를 받기 어렵다. 역으로 '의사소통'이나 '수학적 표현', '비판적 성찰' 등에서 최고점수를 받으려면 수학적 난이도는 그리 어렵지 않은 걸 택해야 용이하다.

김 교사는 "이처럼, IB 논술형 수학은 누구든 모든 영역을 다 잘하기는 어려운 평가 구조로, 각자 학생들 특성에 맞는 과제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히 개인의 직접 참여도가 주요 평가 기준에 포함되어 있어서 사교육에서 만들어준 과제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실제로 학생들이 직접 했는지 여부를 심층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확인하기 때문에 남이 해준 과제는 바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사교육이 발을 붙이기는 어려운 교육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신향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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